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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은. (C)KOVO
[스포츠타임스=홍성욱 기자] "지금 분위기 계속 살려야죠."
한국도로공사의 새 야전사령관 이고은 세터가 팀 상승세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고은의 활약 속에 도로공사는 최근 3연승과 더불어 3위로 치고 올라왔다. 시즌 초반 1승 7패 최하위로 쳐져 있을 때와는 확실한 대조를 이룬다.
이고은은 지난 2013-2014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3순위로 한국도로공사에 입단했다. 도로공사가 성남을 연고로 하던 시절이었다.
이후 이고은은 조금씩 프로 적응을 해나가며 실력을 끌어올렸다. 두 차례 전환기도 있었다. 지난 2016년 2:2 트레이드로 IBK기업은행 유니폼을 입으며 새 연고지 김천을 떠나게 됐다.
IBK기업은행 시절 이고은은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에 기여했다. 성장했다는 증거였다. 이고은은 2018년 이나연과 트레이드 되며 GS칼텍스 유니폼을 입었고, 다시 한 번 도약했다.
지난해 5월에는 2:2 트레이드를 통해 김천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한국도로공사 주전 세터가 된 것.
이고은은 "김종민 감독님이 저를 보내주셨을 때도 감사하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다시 불러주셨습니다. 더 감사했죠"라고 미소를 지었다.
트레이드 이후 4년 만에 돌아온 김천. 이고은은 낯설지 않았다. 김천혁신도시 상권에 유명 프렌차이즈 커피숍 등이 들어온 것이 달라진 점이었고, 동료들은 그대로였다. 이효희가 코치로 바뀐 점도 달라진 점이었다.
이고은은 "큰 변화가 없더라고요. 효샘(이효희 코치에 대한 선수단 호칭)만 빼고요. 디테일한 부분에 대해서 이효희 코치님이 많이 알려주세요"라고 비법전수 상황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고은의 시즌 초반은 암울했다. 제천 컵대회에 이어 1라운드와 2라운드까지 팀 성적이 가라앉았다.
토스 하는 이고은. (C)KOVO
이고은은 "다시 와서 정말 잘하고 싶었죠. 제가 마음만 앞서니 성급해지더라고요"라고 털어놨다.
해결방법은 이고은이 직접 찾았다. 의외로 간단했다. 이고은은 "감독님, 코치님, 언니들 얘기를 많이 듣고 힘이 됐습니다. 지금은 선수들이 좋아하는 구질을 생각하며 주고 있어요"라며 미소를 보였다.
특히 주공격수 켈시와의 호흡에 신경을 쓴 이고은이다. 그는 "켈시는 운동 능력이 정말 좋은 선수입니다. 처음에는 스타일을 잘 몰랐는데 지금은 어떤 볼을 좋아하는지 파악하니 득점이 잘 나오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박정아를 향하는 볼과 정대영, 배유나를 활용하는 센터 속공도 늘려가고 있다. 전새얀은 대구여고 시절부터 맞춰본 경험이 있고. 문정원과의 호흡은 타이밍 싸움이 중요하다.
이고은은 "연습을 엄청 많이 합니다. 감독님이 훈련을 엄청 시키세요. 여러 팀에 있었지만 이렇게 쉬지 않고 훈련을 많이하기는 배구하면서 처음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래도 이고은은 자신감이 넘쳤다. "힘들어도 체력은 자신 있습니다"라고 웃어보였다. 동료인 임명옥도 "고은이 순발력은 정말 좋아요. 고은이가 수비에 나서는 순간, 제가 2단볼을 올리기 위해 덩달아 뛰고 있어요"라며 미소 지었다.
이고은은 욕심이 크다. 이제 마음만 앞서지 않는다. 토스 타이밍과 정확한 배분에 대해 생각이 많다. 그는 "손에서 볼이 나가는 타이밍을 맞춰가니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김종민 감독은 "고은이가 많이 좋아졌다. 그래도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있다. 부담감을 줄이고, 상대와 수싸움을 해야 한다. 상대 센터 움직임을 빨리 읽어내야 한다"라며 끊임없이 주문했다. 이고은을 이효희의 대를 잇는 명세터로 키우려는 욕심이었다.
이고은은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팀 우승에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또한 제가 프로생활을 하면서 아직 통합우승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도로공사에서 꼭 통합우승을 경험하는 것이 목표입니다"라고 강조했다.
한국도로공사가 초반 1승 7패 이후 8승 5패로 반전에 성공한 건 확실한 변화다. 그 변화를 이끄는 선수가 바로 이고은 세터다. 팀에 녹아들면서 이고은 스타일을 점점 펼치고 있다. 도로공사의 5라운드와 6라운드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이고은은 "지금 분위기를 잘 이어가겠습니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해답을 확실하게 찾은 표정이었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기사제공 스포츠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