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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
불안했던 출발, 더 아쉬운 마무리
올 시즌 도로공사의 성적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였다. 현대건설에 셧아웃 패배를 당하며 불안하게 시작한 시즌. 바로 다음 경기에서 KGC인삼공사를 상대로 완승을 거두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하지만 다음 승리를 거두기까지 쉽지 않았다. 6연패를 당한 뒤에야 IBK기업은행을 제물로 시즌 두 번째 승리 맛볼 수 있었다. 이 경기 전까지 도로공사의 성적은 1승 7패로 처참했다.
먹구름이 드리운 도로공사는 3라운드부터 순위 싸움에 불을 지폈다. 팀 조직력이 맞춰지면서 안정감을 찾아갔다. 또 시즌 초반 기복이 심했던 외국인 선수 켈시 페인이 팀에 녹아들기 시작하면서 어긋났던 톱니바퀴가 점차 맞아떨어지기 시작했다. 1~2라운드에서 공격종합 36%대에 머물던 켈시는 3라운드에 42%로 반등에 성공했고 4라운드에서 45.6%로 V-리그에 완벽히 적응한 모습을 보였다.
봄내음이 물씬 풍겼던 도로공사의 상승세. 시즌 종료까지 세 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두 경기를 남긴 기업은행에 승점 1이 적은 4위에 자리하면서 자력 봄 배구 진출 자격까지 갖췄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인삼공사에 통한의 역전패를 당한 데 이어 전력 누수로 팀 분위기가 어수선하던 흥국생명에도 덜미가 잡히며 스스로 무너졌다. 마지막 경기인 현대건설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를 거뒀지만 이미 봄 배구 초대장은 그들의 손을 떠난 뒤였다.
코트를 떠난 야전사령관…에이스의 기복
시즌 초반만 잘 풀렸다면 도로공사의 마무리는 달랐을지 모를 일이다. 출발이 불안했던 데는 베테랑 세터 이효희의 은퇴가 가장 크게 영향을 끼쳤다. 불혹의 세터 이효희는 올 시즌을 앞두고 선수 은퇴를 결정했다. 그리고 코치로 자리를 옮겨 지도자로서 시작을 알렸다. 아직 현역으로 뛰기에 충분하다는 의견이 적잖았지만 이효희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넘겨주는 것은 물론 팀의 세대교체를 위해 지도자의 길을 택했다.
이효희의 은퇴로 세터진에 공백이 생긴 도로공사는 트레이드를 통해 전력 변화를 꾀했다. 그리고 세터 이원정을 GS칼텍스로 보내고 이고은을 데려오는 선택을 했다. 이미 GS칼텍스에서 주전 세터로 뛰었던 이고은은 이효희의 공백을 말끔히 채워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도로공사의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특히 팀 공격을 이끌어야 할 켈시-박정아와 엇박자는 곧바로 팀 성적으로 이어졌다. 시간이 지나며 분명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팀의 봄 배구를 이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에이스 박정아의 기복도 뼈아픈 도로공사다. 박정아는 1라운드에서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5경기에서 57득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공격종합도 26.5%에 불과했다. 팀 공격의 핵심 역할을 맡은 선수의 기록이라기엔 너무나 초라했다. 사실상 박정아의 컨디션에 따라 팀 성적도 크게 요동쳤다. 3라운드 106득점, 공격종합 39%로 박정아가 살아나자 덩달아 도로공사의 반전도 시작됐다.
시즌 마지막 기회를 살리지 못한 도로공사지만 사실상 시즌 초반 부진만 없었다면 일찌감치 봄 배구 진출을 확정했을지도 모른다. 특히 윙스파이커 전새얀의 약진과 더불어 베테랑 미들블로커진 정대영-배유나, 그리고 리베로 임명옥이 꾸준한 경기력을 선보였기에 팀이 받아든 마지막 성적표는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김종민 감독 역시 가장 아쉬움이 남는 시즌으로 꼽은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김 감독은 “출발은 어렵게 했지만 중간에 선수들이 열심히 준비하면서 분명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시즌 막판에 선수들이 부담감을 느꼈고, 체력적으로 많이 떨어진 게 보였다. 시즌 중반에 치고 올라가기 위해 연습량을 늘린 것이 과부하로 이어진 것 같다. 감독의 판단 미스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다음 시즌은 분명히 다를 것이라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김 감독은 “여자팀을 맡은 이후 가장 아쉬움이 많은 시즌이지만 후회는 없다”라며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따라와 줬다. 켈시도 그렇고 베테랑들도 잘해줬다. 앞으로도 충분히 플레이오프 이상 갈 수 있는 전력이다”라고 선수들을 향한 신뢰를 드러냈다.
글. 송대성 CBS노컷뉴스 기자
사진. 더스파이크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4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기사제공 더 스파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