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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바리니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C)FIVB |
한국 여자배구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이탈리아 리미니에서 열리고 있는 2021 FIVB(국제배구연맹) VNL(발리볼네이션스리그)에서 3주 동안 1승 8패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26일 태국에 3-1 승리를 거둔 이후 7연패 수렁입니다.
현재 한국은 16개 참가국 가운데 15위 입니다. 태국이 대회직전 선수 일부가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음에 따라 노장 선수들이 대거 합류하며 전패 수모를 당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겨우 태국을 이기며 그 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표팀은 매우 벅찬 일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예견된 수순이었습니다. 대표팀은 2020년 1월 12일 태국 나콘라차시마에서 태국과 도쿄올림픽 최종예선을 치를 때와는 멤버 구성이 제법 바뀌었습니다.
당시 주전은 라이트 김희진, 레프트 김연경과 이재영, 센터 양효진과 김수지, 세터 이다영, 리베로 김해란이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는 김희진이 무릎 부상으로 빠졌고, 김수지가 복근 부상으로 이탈했습니다. 투입과 함께 강서브와 활력 넘치는 플레이를 선보인 강소휘 또한 발목 수술을 받아 합류가 불가능해졌습니다. 여기에 이재영과 이다영이 학교 폭력에 따른 징계로 아예 제외됐습니다.
국가대표 주전 라인업이 대폭 물갈이되면서 한국은 새로운 조직력을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 있습니다. 주전 멤버가 바뀌니 백업 멤버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특히 3일 연전과 3일 휴식의 반복이 이어지다보니 백업 멤버와 주전 멤버의 차이에 따른 어려움까지 안고 가야하는 상황입니다. 또한 훈련 기간이 짧다보니 실전을 통해 감각과 조직력을 조율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라바리니 감독은 부임 직후부터 유럽식 배구를 한국 대표팀에 심으려 하고 있습니다. 훈련방식과 디테일한 부분 모두 유럽 스타일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을 한국 선수들이 적응해 성과까지 내는 것은 시간이 걸립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훈련해 온 경쟁국들과는 차이가 납니다.
기본적으로 한국은 신장에서 열세고, 빠른 플레이를 보이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경기를 볼수록 답답합의 연속입니다.
문제는 앞으로 입니다. 최근 10년 사이 한국이 이겼던 상대에게 지금은 완패를 당하는 실정입니다. 우리가 다시 이들을 누르고 호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의문스러운 상황입니다.
국내로 눈을 돌려보면 현재 프로 7개 구단은 선수수급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선수들도 한정된 상황이고, 프로 수준에서 선수 한 명을 그만두게 하면서 뽑을 선수는 몇 명 없는 실정입니다. 지난해 신인드래프트는 참가자 39명 가운데 13명만 프로 유니폼을 입었고, 확실한 팀내 주전으로 자리한 선수는 아예 없었습니다.
결국 우리나라 여자배구는 당분간 내리막길을 걸어야 합니다. 이는 김연경의 기량이 조금씩 내려오는 것과 궤를 같이할 겁니다.
지금은 당장 뾰족한 수를 찾을 수는 없습니다. 초등학교에서 배구공을 만지며 즐겁게 운동하는 선수를 늘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들 가운데 10년 뒤 프로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나올 수 있도록 저변을 조성해야 합니다. 학교 폭력이 근절될 수 있는 시스템도 확립해야 합니다. 폭언, 폭행을 감내하며 새싹들이 자라게 할 수는 없습니다.
일본은 생활체육 저변을 바탕으로 세미프로 형식의 리그까지 탄탄한 선수수급 구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일본 배구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학생들이 유니폼과 배구공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신인들이 즐비합니다. 키가 작아도 자신의 몸을 컨트롤 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이런 능력을 가진 학생만이 직업 선수의 길로 들어섭니다. 일본이 색깔 있는 배구를 할 수 있는 비결입니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엘리트체육에 의존해 개천에서 용이나는 현실에 안주했습니다. 가끔은 그런 선수가 나와줬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를 기대한다면 결국 한국 여자배구는 암흑기로 접어들 것입니다.
지금 이탈리아 리미니에서 대표팀이 연패를 하는 이면에는 다가올 다음 주 경기가 아닌 1년, 2년, 그리고 그 이후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지금 가만히 있다가는 낭패를 보게 될 겁니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기사제공 스포츠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