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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선수는 대성할 그릇"... '클러치 박' 박정아는 기어이 해낸다
사진= 8강전 터키를 상대로 공격을 시도하는 박정아, 연합뉴스 |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도쿄에서 '클러치 박'이 보여주는 기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4일,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배구 8강전에서 대한민국 여자 배구팀은 세계랭킹 4위의 터키를 꺾고 당당히 준결승 무대에 올랐다. 8강전에 오른 것만으로도 한국 여자 배구팀은 전력과 간절함을 충분히 입증했다. 매 순간 '마지막' 이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 한 편의 스포츠 만화를 보는듯한 점수 기록이 배구 팬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실, 가장 맹활약을 펼친 선수가 김연경(중국 상하이)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최다 득점을 올리며 리더답게 팀을 든든하게 서포트하고 이끌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박정아(한국도로공사)의 행보가 유독 눈에 띄었다. 박정아는 이번 도쿄 올림픽에 레프트로 출전했다. 박정아의 강점은 그야말로 독보적인 공격력이다. 187cm, 장신의 키로 타점이 매우 높으며 페이크 공격도 일품이다. 클러치 상황(득점이 꼭 필요한 상황)이 닥치면, 어떻게 해서든 결정적으로 점수를 가져오기 때문에 '클러치 박' 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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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 소속 박정아, 한국도로공사 |
박정아는 고교 2학년 시절, 김희진과 함께 국제배구연맹(이하 FIVB) 국가대표로 발탁되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며 한국 여자 배구 역사의 길고 험한 여정길에 올랐다. 그러던 중 큰 위기가 있었다. 지난 2016년에 열린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은 박정아에게 악몽같은 시간이었다. 1차전인 한-일전부터 박정아는 유독 맥을 못췄다. 1세트 서브에서만 5점을 뺏겼다. 4차 브라질 전에서도 지원 포격이 약한 모습을 보이며 국내 팬들의 조바심을 불러일으켰다. 결정타는 네덜란드전에서 터졌다. 리시브에서 박정아가 속절없이 무너지며 김연경에게로 공격이 몰렸기 때문이었다. 공격력이 강점인 박정아에게 수비형 레프트는 맞지 않았다. 결국 박정아, 김희진, 이재영이 차례로 무너지고, 홀로 버티던 김연경마저 4세트에서 큰 범실을 내며 메달의 꿈을 접어야 했다. 박정아는 해당 경기로 인해 각종 보도에 달린 악플은 물론이고, 개인 SNS까지 몰려온 일부 악성 안티팬들의 욕설때문에 큰 상처를 입었다. 멘탈은 물론이고, 선수 생활의 지속여부에 타격이 있을 정도로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전 배구 선수이자 지도자인 조혜정은 과거 한 칼럼에 실린 인터뷰에서 그런 박정아를 두고 "경기를 보고 많이 울었다" 며, "후배들에게 좋지 않은 환경을 만들어줘서 미안하고 부끄럽다. 박정아는 잘못이 없다" 고 말했다. 또한 조혜정은 "그 선수(박정아)는 어릴때부터 대성할 그릇인데, 실력이 너무 뛰어나서 지도자들이 포지션을 자꾸 바꾼게 문제였다" 고 말하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
박정아는 대중의 냉혹함에 무너지지 않았다. 자신을 둘러싼 비난을 디딤돌 삼아 무섭게 칼을 갈았다. 그의 설욕은 이번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빛을 발했다. 지난 달 29일에 열린 도미니카전부터 박정아는 화려하게 도약했다. 5세트에서 박정아는 2인 블로커 수비벽을 뚫고 득점하며 한국 승리에 바짝 일조했다. 박정아는 해당 경기에서 무려 20득점을 올렸다. '해결사' 박정아의 진가는 지난 달 31일, 일본전에서 제대로 드러났다. 불안한 리시브로 초반에 빠졌다가 5세트 후반 투입, 12-14로 밀리고 있는 상황에 연속으로 득점을 올렸다. 15-14에서 기가 막히게 블로킹을 피해 공격을 꽂으며 대역전승 드라마의 주역이 되었다. 얼마 전 열린 8강 터키전에서는 주장인 김연경 다음으로 많은 득점의 쾌거를 올렸다. 3세트, 27-26에서 터치아웃 공격을 성공시키며 28-26으로 팀 세트를 가져오는데 일조했다. 여론은 5년만에 설욕에 눈부시게 성공한 박정아를 재조명했다. 부상 투혼으로 준결승까지 올라간 김희진과 함께, 박정아는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 마침내 한 시름을 놓았다. 그가 걸어온 인고의 시간을 지켜본 배구팬들은 박정아의 설욕에 누구보다도 기쁜 심정을 SNS 등에 아낌없이 드러내며 응원하고 있다. 한국과 브라질의 팽팽한 준결승전은 6일 오후,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릴 예정이다. 기사제공 MHN스포츠 권수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