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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여자프로배구계에 잔뼈 굵은 선수가 됐다. 첫발을 딛고 10년이 흐르는 동안 수많은 희로애락이 스쳐 갔다. 레프트 박정아(28·한국도로공사)가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의 창간 특집 인터뷰를 기념해 그간 지나온 날들을 천천히 회상했다. 박정아는 “나에게 잘 견뎠고, 앞으로도 잘 버티라고 말해주고 싶다”며 “창간 16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앞으로도 좋은 기사, 특히 저에 관해 좋은 이야기 많이 써주셨으면 한다”고 미소 지었다.
◆그땐 그랬지
남성여고 출신인 박정아는 2011~2012시즌 IBK기업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신생팀이던 기업은행은 남성여고와 중앙여고, 선명여고까지 세 학교에서만 우선 지명할 수 있었고, 박정아는 신인드래프트에 앞서 지명 소식을 들었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는데도 드래프트장에서 엄청 떨었던 기억이 난다. 그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데뷔 시즌 26경기서 305득점(공격성공률 36.64%), 서브 세트당 평균 0.414개(리그 2위), 블로킹 세트당 0.394개, 리시브 효율 33.58%, 디그 세트당 1.485개를 선보이며 신인선수상을 받았다. 이듬해 쾌거를 이뤘다. 2012~2013시즌 창단 첫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박정아는 “첫해 아쉽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6개 팀 중 4위). 선수들 모두 더 잘해보자고 했는데 바로 우승까지 할 줄 몰랐다”며 “언니들이 잘 이끌어줬다. 외인(알레시아)도 무척 잘했다”고 공을 돌렸다. 그는 “그때 나는 너무 어려서 통합우승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것인지 잘 몰랐다”고 웃었다.
2014~2015시즌 처음으로 베스트7 레프트 부문에 선정됐다. 그해 총 30경기서 391득점(공격성공률 40.19%)을 만들었다. 리그 득점 9위(국내선수 2위), 공격종합(성공률) 5위에 올랐다. 기업은행은 정규리그 2위, 챔프전 우승을 빚었다. 박정아는 “솔직히 개인상은 크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받으면 감사한 것이고 못 받아도 속상한 적 없었다”며 “베스트7에 뽑히니 덤덤하면서도 좋았다. ‘나도 선수 생활하면서 개인상 받을 수 있구나’ 싶었다”고 돌아봤다.
◆아픈 만큼 자랐다
2016년은 어느 해보다 무거운 기억을 남겼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서 고전했다. 무차별적인 비난과 악성 댓글들이 날아와 꽂혔다. 박정아는 “그때의 아픔이 있어 지금의 박정아가 된 것 같다”며 “힘들었지만 이겨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포기했다면 현재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솔직히 당시 배구를 놓고 싶을 때도 많았다. 주위에서 괜찮다고 이야기해주고 말도 자주 걸어줬다. 덕분에 버텨냈다”고 말했다.
꿋꿋했다. 박정아는 V리그로 돌아와 여느 때처럼 활약했다. 2016~2017시즌 종료 후 생애 첫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도로공사로 둥지를 옮겼다. 이적 첫해, 2017~2018시즌 팀의 창단 첫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챔프전 MVP의 영예를 안았다. 박정아는 “정말 진심으로 좋았다. 그때는 모든 것이 즐겁고 행복했다. 배구도, 평소 생활도 무척 재미있었다”며 “눈 오는 날 동료들과 눈썰매 타고 놀았던 것까지 생각난다. 성적이 좋아서 그랬던 것 같다. 모든 것이 예쁜 추억으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한층 성숙해진 박정아는 지난 8월 막을 내린 2020 도쿄올림픽서 여자배구 대표팀의 4강 신화에 큰 공을 세웠다. 소속팀 선배 배유나의 “신이 주신 두 번째 기회”라는 조언을 가슴에 새겼다. 박정아는 “다시 기회를 얻었으니 잘 이겨내고 싶었다. 100% 만족스럽지 않고, 아쉬운 점도 있지만 그래도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다”고 언급했다.
올해 V리그서 11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박정아는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항상 책임감을 갖고 임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의, 그리고 미래의 자신에게 같은 말을 전했다. 박정아는 “꾹 참고 견디면 좋은 날이 올 거야. 열심히 하고 아프지 말고, 잘 해내자!”
사진=KOVO 제공
기사제공 스포츠월드
최원영 기자 yeong@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