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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은 '김천 도련님'이라 불려요. 친근하시고 편하게 다가와 주세요."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7일 김천에서 열린 현대건설과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5-19, 23-25, 24-26, 25-23, 15-11) 역전승을 거두며 현대건설의 13연승을 저지시킴과 동시에, 시즌 최다 5연승을 내달렸다.
도로공사(승점 25점 9승 4패)는 KGC인삼공사(승점 24점 8승 4패)를 끌어내리고, 시즌 첫 3위 도약에 성공했다. 켈시 페인이 31점, 박정아가 19점을 올렸다. 범실도 단 14개였다. 상대보다 19개 적은 효과적인 범실 관리도 승리에 한몫했다.
시즌 전 우승 후보로 평가받았던 도로공사였지만, 1라운드 3승 3패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2라운드 초반에도 힘을 내지 못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윤정 첫 선발 경기인 11월 21일 KGC인삼공사전부터 내리 5연승을 달린다.
연승을 달리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흔들리는 이고은을 대신해 코트 위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윤정이 깜짝 활약을 펼치고 있고, 매 경기 매서운 화력을 뽐내고 있는 켈시의 활약도 있다.
베테랑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도로공사가 자랑하는 세 명의 베테랑 미들블로커 정대영과 배유나, 리베로 임명옥은 늘 그랬듯이 동생들이 흔들릴 때마다 그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 세 선수의 활약을 보고 있으면 '클래스는 여전하다'라는 말이 이해가 갈 정도다.
그리고 이들의 중심을 잡는 수장 김종민 감독의 존재가 크다. 지난 시즌 마치고 도로공사와 재계약하며 또 한 번의 동행을 택한 김종민 감독이다. 평상시에는 선수들과 장난도 많이 치고, 편하게 다가가는 편이다. 아무리 실력이 좋고, 팀의 에이스가 많아도 그 중심을 잡아줄 수장의 능력이 부족하다면 그 팀은 결코 좋은 팀이라 할 수 없다. 김종민 감독은 팀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능력도 갖출뿐더러, 선수들의 마음도 보다듬어줄 수 있다.
당근만 잘 준다면 되겠나, 채찍이 필요할 때는 빼들어야 하는 게 감독의 역할이다. 김종민 감독은 훈련, 경기 때는 선수들의 활약, 집중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무서운 자극도 줄 수 있는 감독이다. 코트 위에서는 승부사다. 공과 사가 분명한 감독이다
코트 위에서는 상대 에이스의 빈틈을 파악하고 끊임없이 연구해 경기에 임하는 스타일이다. 현대건설전에도 1세트에 야스민 베다르트(등록명 야스민)의 공격을 다섯 개나 막아냈다. 또한 현대건설전뿐만 아니라 최근 경기에서는 적재적소의 선수 교체로 재미도 보고 있다.
또한 현대건설전 3세트 때는 선수들에게 이런 이야기도 했다. "이기려고 하면 저 팀 못 이긴다. 편하게 해라." 선수들의 마음을 자극했다. 이에 선수들도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고, 매 세트 끈질긴 집중력을 발휘하며 결국 경기를 역전 승리로 가져왔다.
배유나는 "감독님이 선수들의 심리를 잘 파악하셨다. 감독님의 의도를 알았다. '이길 수 있다'라는 생각으로 했다"라고 웃었다. 이처럼 경기 때는 선수들의 승리, 집중력, 승부 근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어떤 매서운 말도 할 수 있는 사람이 김종민 감독이다.
경기장 안에서는 매서운 승부사로 변하지만, 밖에서는 선수들과 허물 없이 지내는 김종민 감독은 평상시에 '김천 도련님'이라 불린다고 한다. 배유나는 "감독님은 친근하시다. 옆집 아저씨처럼 친근하게 다가와 주신다. 장난도 걸어주시고, 편하게 다가와 주신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김종민 감독 개인 SNS도 생겼다. 배유나는 "최근까지 게시물이 거의 없었다. 팔로우 수 좀 많이 늘리라고 우리가 항상 말한다. 팔로우 수 늘리기 위해 치트키로 정아 사진을 올리라고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8일 오전 기준, 김종민 감독 개인 인스타그램에는 두 개의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하나는 박정아의 데뷔 10주년 축하 게시물, 하나는 배유나의 생일 축하 게시물이었다. 선수들과 친하게 지내는 일상을 팬들과 공유하고, 선수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간다. 김천 팬들도 도로공사와 김종민 감독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도로공사 선수들은 김종민 감독을 믿고 의지하는 편이다. 비시즌 만난 문정원도 "감독님께서는 항상 '정신 차려라'라고 말씀하신다. 나에게는 달콤한 말보다 독한 말을 많이 하신다. 그래도 장난도 많이 걸어주시고 힘도 주신다. '츤데레' 스타일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전새얀은 "감독님은 힘들 때 옆에서 잡아주시고 좋은 말도 많이 해주신다. 엄격할 때는 엄격하시고 다정할 때는 한없이 다정하신 분이다"라며 "김천의 슈퍼스타는 감독님이다. 밥 먹으러 가면 김천 시민분들이 식당에서 계산을 해주시고 가신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감독이 선수를 믿고, 선수는 그런 감독을 의지하니 요즘 성적이 좋을 수 밖에 없다. 이제 도로공사는 흥국생명, 페퍼저축은행을 연이어 만난다. 이번 시즌 두 팀을 만나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 최대 7연승을 노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최근 몇 시즌과 올 시즌 초반의 부진을 딛고 정상 궤도로 올라서고 있는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과 선수들의 완벽 케미가 시즌 내내 이어진다면 봄 배구를 넘어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도로공사는 오는 10일 인천으로 이동해 흥국생명을 만난다.
사진_김천/문복주 기자, 김종민 감독 SNS 캡쳐
기사제공 더 스파이크
김천/이정원 ljwon@thespik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