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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거꾸로 먹는 김천의 '최리(최고의 리베로)'가 있다. 바로 '최리'의 별명을 가진 주인공은 베테랑 리베로 임명옥이다.
한국도로공사 리베로 임명옥은 19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GS칼텍스와 경기에서 안정된 수비 실력을 보여주며 팀의 3-1(21-25, 25-19, 25-19, 25-19)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임명옥은 리시브 효율 73.68%, 디그도 양 팀 최다인 27개를 잡아내며 '최리' 다운 최고의 활약을 펼쳐줬다. 임명옥의 안정감과 공격에서 쌍포 역할을 충실히 한 켈시 페인(등록명 켈시)과 박정아가 각각 26점, 18점을 올렸다. 도로공사는 8연승을 달렸다.
경기 후 임명옥은 "통합 우승 이후로 8연승을 한 게 처음이다. 기분이 좋다. 팀 최다 연승 타이기록인 9연승도 깨고 싶다"라며 "체력적으로 힘들 수 있지만 다들 힘들다는 말은 잘 안 한다. 우리 팀 체력을 걱정 많이 하는데 아직까지는 괜찮은 것 같다. 승리하면 언제나 괜찮다"라고 이야기했다.
GS칼텍스전 징크스는 이제 없다. 2019-2020시즌 4라운드부터 2021-2022시즌 1라운드까지 정규리그에서만 10연패를 당했다. 하지만 2라운드, 3라운드 모두 잡아내며 공포증을 떨치는 모습이다. 그래도 임명옥은 "우리가 GS칼텍스를 두 번 이겼어도 상대는 워낙 강하다. 다음에 할 때도 걱정이 되기도 한다"라고 경계했다.
임명옥은 비시즌 오른쪽 무릎 수술을 받았다. 이로 인해 2021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도 하차했다. 2021 의정부·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개막 한 달 전부터 훈련을 시작했기에, 정상적인 컨디션을 찾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거라 봤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올 시즌 임명옥은 여전하다. 현재 리시브 효율 52.91%로 1위를 달리고 있고, 세트당 수비 8.38개로 1위에 올라 있다. 디그는 세트당 5.24개로 3위에 자리 잡고 있다.
임명옥은 "언제나 1위는 지키고 싶고, 지키려고 한다. 항상 잘 됐던 것을 많이 생각하려고 한다. 이겼을 때도 그렇고 졌을 때도 개인적인 영상을 자주 본다. 2017-2018시즌 통합 우승, 2018-2019시즌 준우승 영상을 많이 본다. 상대편 선수는 달라졌어도 그때 내가 어떤 움직임을 가져가고 했는지 보려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명옥은 "지금은 100%다. 비시즌, 몸에 칼을 대고 수술한 게 처음이었다. 걱정을 했다. 컵대회도 한 달 정도 훈련하고 출전했다. 믿음이 없었다"라며 "연습경기하면서 조금씩 올라왔다. 자신감이 많이 생긴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선수들은 비타민 주사도 맞는데 나는 한 번도 안 맞았다"라고 미소 지었다.
임명옥은 2014년 결혼했다. 어느덧 결혼 8년 차다. 임명옥은 "우리 신랑이 그동안 마사지를 해준 적이 없다. 왜 그러냐고 물어 봤더니 '네가 나이가 있잖아’라고 하더라. 요즘은 직접 오일도 사 종아리 마사지도 해준다. 마사지 기계와 비타민도 주더라"라고 웃었다.
어느덧 팀이 8연승이다. 11월 17일 현대건설전 0-3 완패 이후 패배가 없다.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승리만 하고 있다. 어떤 부분이 가장 달려졌다고 보고 있을까.
"우왕좌왕하는 게 많이 없어졌어요. 선수들이 뭘 해야 되는지 알고 있습니다. 또한 팀에 커버, 이단 연결을 잘 하는 선수가 많아요. 세터가 와서 하는 게 아니라 먼저 싸인 내서 하려고 해요. 그런 부분들이 잘 맞아가고 있어요."
이번 시즌 끝나면 자유계약(FA) 자격을 얻는다. 내년 한국 나이로 37살, 리베로 치고는 많은 나이다. 그래도 임명옥은 은퇴 생각이 전혀 없다. 40살까지는 본다. 더 길게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한 이유 중 하나에는 김해란의 복귀가 있다. 김해란은 출산 후 올 시즌에 다시 코트 위로 돌아왔다. 코트 위에서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준다.
"해란 언니가 와서 더 좋다. 많이 할 수 있고 언니가 있어 안정적이다. 좋은 예가 된다. 내년에 FA가 된다. 그리고 그다음 FA가 40살이 됐을 때다. 그때까지는 하고 싶다. 스스로 '임명옥 떨어진다'라고 느끼면 내려오고 싶다."
끝으로 팀의 주포 켈시에 대해 한 마디거든 임명옥은 "상대로 만났으면 힘들었을 것 같다. 우리 팀 사이드 블로킹이 낮기에 쉽지 않을 것 같다"라고 웃었다.
사진_김천/박상혁 기자
기사제공 더 스파이크
김천/이정원 ljwon@thespike.co.kr